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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レンタルなんもしない人>というサービスをはじめます)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김수현
미메시스
2021년 08월 05일
연장정 / 256 면
979-11-5535-263-2 03830
에세이
13,800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사는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짓는 법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평가도 반응도 없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빌려주는 것.
이 익명의 관계에서 <의뢰인>들은 커다란 위안을 받는다.
타인의 잣대와 기준을 내재화하지 않고 타인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불안으로 점철된 우리 세상에 극히 드물기 때문일테다.
그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늘어놓는 이야기 속에서 나 또한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꼈다. - 심너울, 소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빌려주다

미메시스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 전대미문의 대여 서비스를 다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출간한다. 이 책은 SNS에 올린 짧은 글로 시작해 일본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다큐멘터리로, 책으로, 만화로, TV 드라마로 만들어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빌려주는 신종 <대여> 이야기다. 자신을 직접 빌려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일까.

회사원 시절 개성이 없고 조용하다는 이유로 마치 사회에서 존재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모리모토 쇼지는 이름도 아예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꾸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세상에 새롭게 알렸다. 그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분의 존재를 일시적으로 빌려주며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본다. 대여료는 공짜(현재는 1만 엔), 대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체적 판단이 요구될 것 같은 일은 모두 거절하거나 예전에 해본 적이 있어 싫증이 난 의뢰도 거부한다.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일들로 주로 동행, 동석, 옆에서 지켜보기, 얘기 들어주기 등 어찌 보면 의뢰인 혼자서도 해낼 수가 있다. 하지만 그저 옆에 한 명 있는 것만으로 의뢰인의 마음이 변화한다. 마치 촉매와 같다. 촉매란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 반응을 매개하여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늦추는 일이다. 들어가기 어려운 가게에 가거나 연극 연습이나 청소하는 일이나 혼자서 못 할 게 없다. 그러나 혼자서 하려면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행동을 더 쉽게 만들어 주는 촉매인 셈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대나무 숲>이 되다

이곳저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날아드는 의뢰는 실로 독창적이면서 절실하다.

가장 처음 받은 의뢰는 풍선을 들고 두세 시간 그냥 걷기(졸업 작품용 사진 찍기)로 풍선이 주인공이었다. 그 이후로 새내기 사회인을 마음으로 응원해 주기, 공원에서 밤바람 맞으며 맥주 한 캔 같이하기, 다소 불편한 아래층 집 베란다에 떨어진 빨래 가지러 갈 때 동행하기, 아마추어 소설가의 마감 감시하기, 직속 상사와 거북해진 출근길에 동행해 주기, 이혼 기념으로 메밀국수 같이 먹기, 자살 시도로 폐쇄 병동에 입원 중인 사람의 병문안 가기, 마라톤 결승점에 서 있어 주기, 온종일 지하철을 타고 보내기,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반려동물에게 우연을 가장해 인사해 주기 등 별의별 자잘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다닐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취급당했던 그가 창조성을 내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인생을 걷기 시작한 순간, 완전히 수동적이지만 다양한 의뢰인을 통해 재미난 아이디어와 창조성이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과의 1대1 관계를 바라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관계성이 희박하며 다시 이용하지 않는 한 다시 만날 일도 없다. 즉 부담이 없다. 또 남에게 자기 얘기를 할 때 조언(설교)을 받는 게 괴로운 사람이 많다. 친구끼리 얘기를 나눌 때도 그 내용에는 일정한 틀이나 정답이 있어서 그 범위 안에서만 대화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뭔가 토해 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대나무 숲>이 기꺼이 되어 준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그 관계에는 시간, 정신, 돈이 든다. 그런 면에서 <가성비>도 좋다. 한마디로 서로 <빚>이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서열과 성과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우리라고 다를까. 우리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 새로운 존재 방식을 이곳에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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