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미안,
네가 먼저 말을 걸어 주니까 너무 좋아서,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고 했거든,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런데 종소리를 듣고는 또 혼자 도망와 버렸네,
화나지 않았지?
그럼 이따 집에 갈 때 같이 갈래? 오랜만에.
사실 나, 너에게 할 말이 되게 많아.
너, 그거 모르지?
우리 집에 깜지라는 고양이 생긴 것,
게다가 예쁜 아기 고양이가 다섯 마리나 생겼다.
이따 다 이야기해줄께.
너한테만 말이야.

-깜지를 찾아서 p.76

 

쥐포 두 마리를 뚝딱 먹어치우고 나서 깜지는 움츠리고 앉아 졸았다. 예지는 가방을 열고 일기장을 꺼냈다.
내일 일기 검사를 한다고 해서 밀린 일기를 나흘 치나 써야했다.
"아, 쓰기 싫어. 내 방이 있으면 안 밀렸을 텐데..."
방 생각만 하면 불쑥불쑥 짜증이 치밀었다. 하나뿐인 다락방에서 엄마 아빠와 같이 지내다 보니 일기를 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일기는 아무도 없는 데서 써야 잘 써지는데...

-본문 p.3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