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다섯 편의 뛰어난 작품을 소개하는 책으로서, 문장 부호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고민하고 다듬은 작가의 문체와 첫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의 탄탄한 구성을 자랑한다. 때로는 짓궂은 웃음으로, 때로는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채워 줄 다섯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1962년 경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어린이 책 전문기획실 '햇살과나무꾼'에서 주간으로 일하며, 동화를 쓰고 있다. 그동안 「까만 나라 노란 추장」「천사들의 행진」「좀더 깨끗이」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등을 썼고, 「새벽」「괴물들이 사는 나라」「어린이 책의 역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겨울이 아주 물러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듯, 그 날 밤 바깥에는서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나뭇가지들이 윙윙 울어댔다.
"꼭 한겨울 같아." 하고 누나가 말하는 순간, 황소바람이 왈칵 몰아닥쳐 동희네 방문을 덜컹 흔들었다.
동희는 깜짝 놀라서 엄아 품으로 달려들었다.
"우리 동희 잡아가려고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네, 응?" 동희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온 마을을 휘젓는 저 바람 소리 때문에 무서워 죽겠는데 엄마까지 동희를 겁줄 참인가?
하지만 엄마는 곧 동희 빰을 어루만지며, 바람에 덜컹대고 있는 창을 것정스레 바라보았다.

-본문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