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걸 보면 서울 학교는 천 명도 넘을 것 같았다. 골목에서 나올 때는 혼자이던 아이들이 학교가 가까워 질수록 하나둘씩 친구를 만나 끼리끼리 모여 갔다. 보면 볼수록 서울 아이들과 시골 아이들은 많이 달랐다. 옷, 책가방, 신발, 얼굴색까지도 모두... 그런 생각이 들자 명구는 왠지 주눅이 들었다. 아까부터 아이들이 자기를 흘깃거리며 쑤군대는 것 같기도 했다. 명구는 일부러 먼 곳을 바라보며 태연한 척했다.

-<촌놈, 이명구> 본문 p.14~15
 

"대체 뭔 일이냐? 학교에서 속상한 일 있었냐?"
"다 짝꿍 때문이여!"
"짝꿍이 너한테 어쨌간디?"
"엄마가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짝꿍 좀 바꿔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전학 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염치없이 그런 부탁을 혀."
"참말로 이상한 가시나란게."
"짝궁이 너를 놀리더냐?"
"그런 게 아니고..."
"그럼 짝꿍이랑 싸웠냐?"
"난 가시나랑은 안 싸워!"
"그럼 뭣이여? 답답하게 애먹이지 말고 얼른 속 시원하게 털어놔 봐, 좀!"
"그런게, 뭣이냐면... 아이, 나도 모르겄어. 하여튼 참말로 여시 같은 가시나여."
정말 너무 얄미워서 꼴도 보기 싫은 짝꿍이었다. 그런데 막상 흉을 보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본문 p.3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