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로고 열린책들 슬로건
홈 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맵 영문 문의게시판
 
 
 
 
경제 규칙 다시 쓰기
조지프 스티글리츠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서울 선언
김시덕
열린책들 도서목록
 
Home > 검색 결과
검색결과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L'art et la maniere d'aborder son chef de service pour lui demander une augmentation)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이충훈
열린책들
2010년 12월 20일
B6 양장 / 120 면
978-89-329-1074-1 03860
프랑스 문학 / 소설
8,800
 
 
 


과장은 대체 어디에 있나?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대기업 말단 사원의 끝없는 배회
 20세기 프랑스 문단을 뒤흔든 실험 작가 조르주 페렉의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6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어느 대기업 사원이 과장에게 봉급을 올려 달라고 말하러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과 그에 따른 다양한 해법들을 오직 단 하나의 문장으로, 마지막에 오는 마침표를 제외하고는 단 하나의 구두점도 없이 풀어 쓴 소설이다. 과장을 만나 임금 인상을 요청하는 그날 그 순간까지 쉼 없이 반복되는 회사원의 일과와 거대한 건물 속 배회, 그에 따라 서서히 증폭되는 불안을 페렉은 파격적인 형식 속에 아이러니와 연민을 담아 그려냈다.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은 〈문학의 한계〉를 실험하는 역작으로, 21세기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유쾌한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다.

조르주 페렉은 누구인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조르주 페렉은 프랑스에서는 20세기 후반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1936년 파리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페렉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고아가 되어 고모에게 입양되었다. 당시의 유명한 정신 분석학자 돌토에게 상담을 받았으며, 유대인으로서 경험한 어두운 유년의 기억은 그의 생에 긴 그림자를 남긴다. 페렉은 소르본 대학에 진학했으나 곧 학업을 중단하고 잡지에 문학 관련 기사나 평론을 발표했고, 1965년에는 프랑스 소비 사회를 묘사한 첫 소설 『사물들』을 발표해 르노도상을 탔다. 젊은 페렉은 마르크스주의에 이끌렸으나 좌익의 정서적 동행자로 만족하고 고발 문학과 순수 문학 양쪽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그러던 그가 1967년 잠재적 문학 작업실l'Ouvroir de littérature potentielle, 약칭 울리포OuLiPo에 가입한다. 울리포는 1960년 프랑수아 르 리오네와 레몽 크노가 주축으로 결성한 문학 그룹으로, 작가, 수학자, 화가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문학의 형식화이며 그 방법으로 〈구속contrainte〉을 내세웠다. 이들은 형식적 제약을 타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작품의 생성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원칙으로 삼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알파벳의 특정 활자를 철저히 배제하는 〈리포그람lipogramme〉 형식이다. 페렉은 1970년 알파벳 e를 뺀 리포그람 소설 『실종』을 냈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모음 중 오직 e만을 사용한 소설 『돌아오는 사람들』을 발표했다. 또한 1978년에는 수학의 행렬과 체스의 행마법을 도입한 거대한 퍼즐과도 같은 소설 『인생 사용법』을 발표해 메디치상을 받았고 대중적인 성공도 거두었다. 페렉은 그 밖에도 십자말풀이, 유머러스한 에세이, 평론, 소설, 시, 회고록, 영화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45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 동안 〈글쓰기란 작가와 독자 사이의 놀이다〉라는 평소의 주장을 철저하게 실천한 작가다.
* 울리포 공식 홈페이지 http://www.oulipo.net/
* 현재 파리에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 「인상L'Augmentation」을 상연 중인 기셰 몽파르나스 극장 홈페이지
http://www.guichetmontparnasse.com/


문학의 한계를 시험하는 역작, 그 안에 배어 있는 아이러니와 연민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은 1968년『프로그램식 학습Enseignement programmé』라는 잡지에 처음 실린 뒤 1970년에 〈인상L'Augmentation〉이라는 제목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책으로 출간된 것은 페렉이 죽은 지 26년 만인 2008년에 아셰트 출판사에서 낸 것이 처음이다. 이 책의 앞에는 소설의 전체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한 장의 순서도가 붙어 있고 뒤에는 베르나르 마녜가 쓴 해설이 실렸는데 국역본은 이를 모두 번역했다.
 이 책의 주제는, 과장에게 접근해 임금 인상을 요청하는 일의 요원함, 그로 인해 끝없이 반복되는 말단 사원의 배회라고 하겠다. 순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까지 만나게 되는 갖가지 난관과 변수 때문에 화살표는 다시 순서도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며, 월 691프랑을 버는 〈당신〉은 다시금 〈신중히 생각하고〉〈결심을 하고〉〈과장 x 씨의 방으로 간다〉페렉은 〈예〉 혹은 〈아니요〉로 이어지는 각각의 경우를 마지막 마침표가 나올 때까지 단 하나의 구두점도 없이, 한없이 늘어지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주파한다. 그리하여 읽기 자체를 하나의 모험으로 만들며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 소설은 점점 길어지는 하나의 문장에 다름 아니며, 이와 함께 〈당신〉의 배회는 나날이 반복되며 불안은 증식된다(제목에서 〈임금 인상〉을 뜻하는 단어 augmentation은 불어로 일차적으로는 〈증가〉를 의미한다). 〈당신〉은 순서도로 드러난 폐쇄 회로 속 움직임을 반복하다가 정년퇴직을 목전에 두고서야 비로소 임금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 사실상 과장 x 씨에게는 인사권이 없으며 우호적인 보고서를 써줄 수 있을 뿐임이 밝혀지니, 책의 말미까지 페렉의 놀이에,〈당신〉의 기나긴 배회에 동참한 독자라면 씁쓸한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러한 허망한 결말에 이르러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연민이라 하겠다. 임금 인상이라는 소박한 희망의 덧없음, 실현 불가능함이 밝혀지기까지 페렉은 〈당신〉의 조바심 나는 고민의 면면을, 부산한 일거수일투족을 남김없이 쫓은 셈이니 말이다.

줄거리
월 691프랑을 받는 대기업 말단 사원이 임금 인상을 요청하려고 과장을 찾아간다. 과장을 찾아가 약속을 잡고 임금을 올려 달라고 부탁을 할 때까지 만날 수 있는 모든 난관이 제시된다. 우선 과장을 만나야 하는데 이부터 쉽지 않다. 과장은 방에 없다. 아침부터 찾아가서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며, 점심 식사를 잘못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골몰한 사람에게 궁핍한 자기 사정 얘기를 꺼내 봤자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찾아갈 때마다 자리를 비우거나 나중에 보자고 돌려보내는 상사와 약속을 잡는 것도 문제다. 그때마다 말단 사원은 〈당신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의 전체나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다른 부서들을 한 바퀴 돌게〉 되는데…….
 

 
열린책들
열린책들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