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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과학/기타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Spinoza par les bêtes)
아리엘 수아미
강희경
열린책들
2010년 12월 30일
신국판 / 168 면
978-89-329-1071-0 03160
인문, 철학
12,000
 
 
 

해학으로 가득 찬 스피노자의 철학 동물원
거미, 말, 개, 사자, 쥐는 물론 상상의 동물인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 세이렌, 키메라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물들이 총망라되어 마치 동물원과도 같은 이 책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우화를 들려주듯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 스피노자 입문서이다.
이 책이 구축해 놓은 신기한 테마파크 안을 구경하다 보면 그동안 스피노자에게서 느껴져 왔던 지나치게 딱딱한 기하학자 같은 이미지는 깨져 나가고 노련한 철학의 조련사, 다시 말해 인간의 권리와 정신, 정서라는 주제를 동물들을 통해 자유자재로 조련하는 스피노자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해학이 넘치면서도 깊이 있는 글쓰기 그리고 상상의 동물을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 놓은 섬세한 삽화가 오묘한 동물 철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물론 스피노자가 동물 우화를 직접 쓴 적이 없다. 인간의 권리, 정신, 정서 같은 것들이 스피노자의 주요 연구 주제들이지, 동물들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의 철학 안에서 동물들은 단지 예시(例示)로서만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동물들은 그의 철학 안에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사실 그의 철학의 주요 테제들이 수립되는 아주 결정적인 대목들마다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바로 이런 곳에서 우리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기하학자 스피노자와는 다른 스피노자, 즉 우리에게 수백 편의 재미있는 동물 우화들을 들려주었던 이솝만큼이나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수사학자 스피노자를 만날 수 있다.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는 지금까지 가려져 있었던 바로 이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수사학자 스피노자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모두 30개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동물 우화에는 거미, 말, 개, 사자, 쥐, 당나귀 등과 같이 실재적인 동물들에서부터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 세이렌, 키메라, 유령 등과 같이 잡종적이고 상상적인 동물들까지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해서 온갖 종류의 이야기들을 펼쳐 나간다.

우화처럼 재미있고 철학답게 깊이 있는
스피노자가 들려주는 동물 우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기상천외하고 신기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스피노자가 독창적으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들어 왔던 이야기의 재활용일 때가 많다. 본문에 나오는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옛날 옛날에 스콜라 철학자들은, 배가 고프고 동시에 목이 마른데 물과 귀리에서 동일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당나귀 한 마리에 대한 우화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만약에 그 당나귀한테 자유 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당나귀는 물을 먹으러 가야 할지 귀리를 먹으러 가야 할지 선택할 수가 없어서 결국 죽고 말 것이다. 그러니 인간에게서 자유 의지를 부정한다면, 인간을 이런 당나귀로 만드는 꼴이 아닌가.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다는 스콜라 철학의 교훈은 이런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를 통해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왔던 것이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스콜라 철학자들에게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물을 먹으러 갈지 귀리를 먹으러 갈지 선택할 수가 없어서 결국 죽고 마는 인간이라면 차라리 당나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스콜라 철학자들과 똑같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되새김질하는 게 아니다. 스피노자는 그 이야기에 연관되어 있는 오래된 통념을 파괴하기 위해서 그 이야기를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정신의 동요에 빠져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인간은 당나귀이지만, 그런 정신의 동요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는 것, 즉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니라 사유의 힘이라고 말한다. 가령 부, 명예, 성욕 같은 통상적인 선(善)들보다도 참된 선을 추구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니다. 통상적인 선들은 오히려 우리를 자주 슬프게 만들며 심지어 죽음을 재촉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들을 아예 저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것들이 최고선을 위한 수단으로서 추구된다면 결코 해롭지 않다는 것을 차츰차츰 깨달아 가는 근면한 사유의 노력에 의해서 우리는 그런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 인간다운 인간은 악에 대한 공포 앞에서 양자택일을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선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가능한 한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최고선을 위해 불러 모으는 인간이 아닐까.
이제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사유 역량에 대한 이야기로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시 새겨질 것이다. 이렇게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는 동물들을 통한 예시와 해학이 스피노자의 철학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게 해주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사실 이 책은 동물 우화가 아니다. 통상적인 동물 우화는 동물을 의인화하고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지만 이 책은 비유로라도 인간과 동물을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동물과도 다른 인간의 고유한 역량을 더욱 완전하게 하려는 것이 스피노자의 윤리적 목적이라면, 인간을 동물과 동일시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을 모방하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목적에 대해서는 가장 큰 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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