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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과학/기타
 
들뢰즈와 가타리의 무한 속도 1권
제롬 로장발롱, 브누아 프레트세이
성기현
열린책들
2012년 09월 05일
/ 168 면
978-89-329-1586-9 04160
인문, 철학
13,500
 
 
 

현대 프랑스 철학의 대표자들 중 한 명인 질 들뢰즈, 그리고 프랑스 정신분석학의 지평을 넓힌 진보적 지식인으로 평가되는 펠릭스 가타리. 『들뢰즈와 가타리의 무한 속도』는 이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내는 사유를 천착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오해와 편견을 물리치며,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비견될 정도로 충격적인 그들의 만남을 재구성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공동 작업을 통해 네 권의 저작, 즉 『안티 오이디푸스』(1972), 『카프카. 소수문학을 위하여』(1975), 『천 개의 고원』(1987), 『철학이란 무엇인가』(1991) 등을 내놓았다. 이런 공동 작업의 결과물들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주도적 역할을 한 들뢰즈의 사유에 가타리의 보조자적 참여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상은 그것이 의도적이든 부주의에 의한 것이든, 그들의 공동 작업에서의 가타리의 역할을 부차적인 것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들뢰즈 본인은 여기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다. 자신은 가타리가 내려치는 <번개>에 <이끌려 뒤따라가>고 있으며, 마치 <미지의 영토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순간 <금세 다시 번개가 내려치>곤 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의 공동 작업은 <가타리가 내려치는 번개들을 모으고 변환하는 들뢰즈라는 피뢰침>으로 묘사될 수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 혹은 번개와 피뢰침?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동 작업, 즉 <들뢰즈+가타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번개와 피뢰침>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들뢰즈+가타리>에서 각각의 항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두 항으로 이루어진 세 번째 항, 즉 <들뢰즈+가타리>가 의미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들뢰즈는 이전의 철학자들(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니체, 베르그손, 푸코 등)을 재해석한 <철학사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방면의 개념들(신체, 차이, 감각, 사건, 정신 분열, 반복, 영화 등) 위로 무한 질주하는 <생성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들뢰즈가 <여럿>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타리는 정신과 의사이자 평생을 사회 운동에 바친 활동가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를 발전시킨 또 다른 형태의 <여럿>이어서, 이미 이 두 항은 <각자가 많은 사람들이었던 셈>이다. 또한 <들뢰즈>라는 항은 자신으로부터 나온 모든 개념과 사상 들을 고안해 낸 전능한 저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이는 <가타리>라는 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히려 각각의 항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그들의 철학적 담론, 사람들과의 대화, 책에서 읽은 것들, 일상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사이>에서 연결되고, 누락되며, 기이하게 변형된 것들 모두를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항이 만난 <들뢰즈+가타리>는 단순히 수학적 등식의 결과가 아닌 새로운 양상의 <여럿>을 낳는다. <들뢰즈+가타리>에서 어느 하나의 항도 폄하될 수 없는 이유, 동시에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여겨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존재론, 변이의 무한 속도

속도는 어떤 물체의 단위 시간 내에서의 위치 변화로 정의된다. 이러한 속도가 무한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파스칼은 신의 <편재성>을 이해하는 데 무한 속도의 개념을 사용했고,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는 세상의 <부동성>을 설명하는 데 무한 속도의 개념을 사용했다. 하지만 <들뢰즈+가타리>가 말하는 무한 속도는 이와는 다르게 이해되어야 하는 것으로, 오히려 그것은 어떤 물체와 그것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만들어 내는 속도, 즉 변이의 무한 속도다. 사물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기저에는 무한한 가변성이 존재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한 속도로 변이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가능한 모든 변이들이 공존하고 서로 중첩되는 동시에, 어떤 변이도 무한히 짧은 한 순간을 넘어 존속하지 못한다. 이렇게 상반되고 모순적으로 보이는 특징들을 통해 <들뢰즈+가타리>의 무한 속도의 개념은, 양자 물리학과 대면하게 된다. 양자적 상태들 사이의 얽힘과 잠재적 입자들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즉 중첩과 불확정성의 원리와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등장한다. 즉 이러한 시공간성으로부터 존속하는 사물은,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사물이 몸담고 있는 시공간 자체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들뢰즈+가타리의 존재론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하려는 가장 광범위하고 야심 찬 철학적 시도임을 이 책은 훌륭하게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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