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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안이희옥
열린책들
2021년 11월 30일
견장정 / 320 면
978-89-329-2140-2 03810
한국소설 / 연작소설 / 여성문학
14,800
 
 
 

여성의 언어로 직조한 공동체의 기억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문학의 목소리


<1세대 페미니스트>이자 <자유 의지로 광장에 선 여성> 안이희옥의 연작소설 『안젤라』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95년 독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그린 장편소설 『여자의 첫 생일』과 2000년 가부장제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장편소설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후 21년 만이다. 안이희옥은 그간 공들여 써낸 7편의 소설에서 노년에 접어든 독신 여성의 삶과 기억을 펼쳐 낸다.
작중 화자인 안젤라는 퇴직한 뒤 신도시 한구석에 살고 있다. 평생 노동한 대가로 병과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끓어오르는 정의감 때문에 수시로 광장에 선다. 양심과 원칙을 지켜 온 안젤라의 곁에는 암으로 투병하고, 아이를 잃고, 화재 사고를 겪고, 옛사랑을 다시 만나고, 한글을 배워 나가는 이웃들이 함께한다. 이런 일상의 경험담에 군부 독재 시절의 국가 폭력이, 남성 권력에 짓눌려 지워져 버린 여성들이, 낙태와 생명 윤리, 치매와 사회 복지 제도의 상관관계가 깃든다.
안젤라는 일상과 역사를 넘나들며 <사람의 뼈와 살>처럼 구분할 수 없는 <여성 공동체의 체험>을 기록해 낸다. 사회 참여의 기억을 씨줄로, 가난한 노년의 삶을 날줄로 삼아 여성 서사를 직조해 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통념과 겨루어 내는 이 엉뚱하고 명랑한 목소리는 새로운 노년 서사를 획득한다.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되다


추천사를 쓴 여성학자 정희진의 말처럼 <윤리적·정치적·미학적 글쓰기는 일상이 곧 역사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다. <역사는 우리들, 개인 각자의 몸>에 새겨지며, 투쟁한 개인은 <다른 형식의 예술을 쟁취>하게 된다. 고문 후유증으로 오랜 세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안젤라에게 국가 폭력은 현재 진행형의 살아 있는 공포이다. 안젤라는 이를 극복하고자 광장에 선다. 그리하여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쟁취해 낸다. 학내 민주화 투쟁에서도 주변적인 역할을 강요받고, 고문 후유증을 앓아도 내면적 트라우마로 매도되는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그물망, 행동반경을 옥죄는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성 운동의 기억은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이 된다.


여성 선후배가 함께 읽는 책

『안젤라』에 실린 7편의 소설은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의미화하는 소시민 여성의 목소리다. 역사적 흐름으로 연결되면서도 각기 다른 의제와 선명성을 품고 있다.
「나선형 회전 거울」은 한국 전쟁으로 일그러진 부모 세대와 유신 반대 투쟁에 나섰던 <나>의 기억을 교차하여 진술한다. 개인의 삶에 침투한 시대적 아픔을 거울상으로 드러내며 자신이되 여성 공동체의 일부이기도 한 <안젤라>라는 화자를 끄집어낸다. 「제망매가」에서는 후배의 암 진단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갈등과 불신이 청산되지 않은 운동권 내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여성의 관계 맺기를 인정하지 않는 남성 위주의 사회 통념을 꼬집는다.
「판도라」는 남성 권력의 횡포로 능력과 욕망이 꺾여 버린 폐허 속에서 새로운 싹을 틔우는 두 여성의 우정을 그려 낸다. 「옥수수를 찾아서」에서는 역사에 짓눌린 이웃들의 현재와 과거 민주화 운동의 기억을 응시하며 아픔과 고통, 실패와 좌절이라는 문학 본연의 힘으로서 새로운 시각의 일상 읽기와 만날 수 있다.
「스테이크와 된장찌개」는 옛사랑의 추억을 돌아보며 여성 운동의 경험과 남은 과제를 되짚어 본다. 「고통과 더불어 살다」에서는 옛 친구들과의 재회에서 낙태죄를 둘러싼 첨예한 논점을 일상의 체험으로 보여 준다. 또한 운동권 내의 여성 비하적 분위기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못다 한 이야기」는 노년에 찾아온 육체적 고통과 고문 후유증으로 분열된 자아를 교차하며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끌어낸다.
이처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주체적인 여성의 목소리는 연령을 초월하여 여성 공동체에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안젤라처럼 고단한 삶을 헤쳐 온 노년의 여성들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조언과 격려가 되어 줄 것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읽고 기억과 다짐을 나누는 긴 대화에 마중물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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