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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영원한 제국>에 나타난 기만의 수사학과 욕망의 언어들을 파헤쳤다.
이 책은 우리 나라에선 처음으로 본격적인 정신 분석을 도입한 비평서로 최근까지 베스트 셀러로 화제를 모았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영원한 제국』을 심층 분석했으며, 문제작으로 떠올랐던 이승우의 『생의 이면』, 이창동의 『녹천에는 똥이 많다』, 신경숙의 『깊은 숨을 쉴 때마다』를 아울러 분석했다.
폭력적인 속성 감추고 독자 기만한 베스트 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정장진은 『무궁화······』, 『영원한······』 두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이 세간의 평과는 당혹스러운 정도로 달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줄곧 베스트 셀러 1, 2위를 다투는 두 소설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린 두 소설 속에는 독자와 작가가 어떤 유형으로 들어와 있는 것인가? 이 두 작가는 형식의 자율성과 초월성, 또 그 지배와 제대로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두 작가가 빌린 추리 소설 형식이 지니고 있는 미학적 심리 기제에 대해 정신 분석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무궁화······』는 007류의 추리 소설을 모방한 것으로 주인공 권순범은 가족이나, 자라난 배경 등 독자들이 궁금히 여길 만한 점들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단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에게 사랑을 받는, 또 <핵>이라는 힘을 얻어내어 민족의 부흥이나 우리 나라의 위세가 강대국의 위치에 서기를 바라는 열혈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 청년을 단순히 애국심과 우국 충정에 불타는 젊은이로만 볼 수 있는가? 이 소설의 허점은 혹자가 말했듯이 무방비 상태의 반일 반미 감정이나 또는 실제 상황을 왜곡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 소설 속에는 <핵>으로 대변되는 남성 우월주의 사상과 재력과 권력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스며 있다. 주인공 권순범의 모습 속에 있는 이런 위험한 갈망이, 순수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을 엄청난 판단 오류 속으로 몰아 넣었다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 김진명은 자신이 쓴 소설에 패배한 것이며 작가의 성공을 가능케한 이 소설의 승리는 다른 방식으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명의 『무궁화······』는 소유라고 하는 인간 행동의 가장 보편적이고 또 가장 폭력적인 속성에 의해 씌어진 소설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추리 소설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허점투성이의 소설 『영원한 제국』
『영원한······』은 역시 추리 소설 형식을 빌려 글을 이끌어 나가고 있으나, 가장 정확하고 정교해야 할 추리 소설 형식이 논리적인 모순은 물론 여기 저기에서 눈에 띄는 내용상의 잘못들로 얼룩져 있다. 광고 문구와 같이 현란하고 수사적인 매스컴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인화의 『영원한······』은 추리 소설이라는 형식 면에서조차 실패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 하나만 데리고 산다던 인몽이 잠시 후에는 두 아들과 종놈과 일해 주는 아지매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던가, 유배 갔다던 손아래 처남이 갑자기 인몽 앞에 나타난다던가 하는 실수들뿐만 아니라, 김진명이 이 박사와 신윤미를 각각 국부와 국모라는 상징적인 아버지와 어머니로 만듦으로써 기묘하게 빠져 나갔던 모순을 이 소설 속에 그대로 방치함으로 작가 자신의 포기를 드러내고 있다.
혼성 모방이라는 이름 아래 이인화는 자신의 소설이 잘못된 길로 나가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으며 스스로 모순에 빠져 왕조사를 왜곡하고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이인화가 한 잡지사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자의식의 똥통>에서 날아오르기 위하여 쓴 소설이 조선조 당쟁사의 사상적 기반을 밝혀냈다는 허점투성이의 소설 『영원한……』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인화는 그 똥통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고 주장한다. <오직 허구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당대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하여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코난 도일(『바스커빌의 개』), 존 딕슨 카(『연속 살인 사건』), 로베르토 반 홀릭(『중국의 황금 살인 사건』) 등 여러 추리 소설의 모티프를 응용했다>는 이인화는, 단순한 응용에 그치지 않고, 추리 소설에 완전히 지배 당해 수많은 모순을 늘어 놓은 채 다시 똥통으로 돌아가지 않은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이인화가 추리 소설 형식을 택한 것은 <자의식의 똥통>이라고 한 어떤 종류의 괴로움을 더 이상 돌아보지 않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작가의 자유이나 적어도 독자는 모순 없는 추리 소설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인화는 한 발 나가서 이러한 자신의 포기와 그것을 감추려는 기만의 수사학을 통하여 서양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험한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허무주의의 상업화라고 할 수 있는 모순투성이의 소설을 한 권 써놓고, 벌써 외부의 적을 찾는다면 그의 허무주의나 그 근저의 욕망에 대한 인식은 깊이와 넓이를 더 할 수 없고, 그만큼 그의 글은 이기고 지배하려는 도구로 이용되기가 쉽다는 것이 지은이의 우려이다.
정신 분석과 문화 사이의 <징검다리>
이승우의 『생의 이면』은 정신 분석과 문학, 예술이 만났을 때 정신사적 근거로 문제 삼아야 할 정신 분석 이론에 대해 사고의 깊이를 요구하는 흔하지 않은 소설 중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 깊이 속에는 절절한 그리움과 크고 간절한 그리움이 있어 독자의 책 읽기가 치밀하고 철저해 질수록 작가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당부 하고 있다.
이창동의 소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는 소설의 언어와 그 구성이 어머니, 아버지, 아이를 등장 인물로 설정한 최초의 드라마의 무의식의 잔영으로 역사적·사회적 기제들을 어떤 논리에 의해서 흡입하고, 현실을 해석함에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또한 하찮은 일상성이 예기치 않은 의미로 충만하여, 돌연 스스로 언어가 되고 소설과 현실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접경 지대를 왕래하는 소설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은이는 신경숙의 소설이 본질적으로 산만하지는 않으면서도 산만하다는 인상을 유지하고 있고 그것을 스스로의 미학적 가치로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창작 노트나 초고는 결코 아니면서도 소설은 그런 것들의 흔적이나 인상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녀의 소설 속에는 <하마터면>하는 어떤 위험 혹은 긴장이 있다. 신경숙은 무엇보다도 창작 노트와 완성될 소설 사이에서 오직 작가만이 홀로 견뎌 내야하는 어떤 미학적 고독과 긴장을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그대로 전달해 보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쓰여지지 않는 소설 앞에서 힘에 겨워하는 한 사람의 노동자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떤 때는 소설 쓰는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오히려 어떤 의지나 또렷한 인식이 숨어 있는 단정함이며 그러므로 신경숙의 소설은 소설 쓰기의 고단함이 <하마터면> 삶의 고단함으로 비약하며 산만해 질 수 있는 위험을 제어하는, 그래서 그 긴장 속에서 미학적 배려가 삶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과 매우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글을 통하여 무분별하게 수용되고 있는 베스트 셀러의 허상과 문제점을 정신 분석의 입장에서 파헤치고자 했다. 또한 베스트 셀러라면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욕망의 언어와 기만의 수사학>으로 점철되어 있는 『무궁화······』와 『영원한······』 두 소설의 평을 통해 독자들은 좋은 책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며 아울러 정신 분석의 입장에서 소설의 허실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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