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자전적 소설. [빵 굽는 타자기]는 한 마디로 작가 폴 오스터의 정신 세계와 작품 활동의 비밀을 풀어주는 <엑스 파일>이다.

청년 시절의 그는 어떤 일에 관심을 가졌고 무슨 생각에 골몰했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소설가로 입문하게 되었는지, 폴 오스터는 그의 독자들을 내밀한 자신의 세계로 초대한다. 거기에는 기쁨과 슬픔, 유머와 페이소스 같은 젊은 날의 편린이 그득하다. 함께 수록된 세 편의 희곡들과 그가 고안해 낸 카드 게임 <액션 베이스볼>까지를 느긋하게 음미하고 나면 우리는 그의 어투와 문체, 그리고 욕망과 체념 사이를 요동하는 그의 예민한 감수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지은이 폴 오스터Paul Auster
폴 오스터는 [뉴욕 타임tm]와 [워싱턴 포스트]로부터 동시에 <떠오르는 미국의 별>로 소개되면서 그 문학성을 인정받았으며, 드물게 비평계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은 <성공적> 작가이다. 그의 성과는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1993년 [거대한 괴물Leviathan]로 프랑스에서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유럽에 널리 알려졌으며, 판매고에 있어서도 미국에서보다 두 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할 만큼 <코스모폴리탄>적인 언어와 감수성을 발휘하고 있다. 당연히 그의 작품들은 영화로도 감상할 수 있는데, [스모크]. [블루 인 더 페이스](웨인 왕 감독)는 국내에서도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특히 휴 그랜트가 출연했던 [우연의 음악]은 미국 예술원의 모톤 다우웬 자블 상 수상작인 동시에 펜 포크너 상 수상 후보(1990)에까지 올랐던 역작으로 삶의 비의를 명쾌하게 풀어낸 수작이라는 최상의 찬사를 획득한 바 있다.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그는 1998년 일본 [크레스트] 문학지에 <다가올 21세기를 대표할 만한 외국 작가>로 소개되었고, 1995년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지 [마가진 리테레르magazine littraire] 12월 호의 특집을 장식했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 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폴 오스터는 미국 문학의 사실주의적 경향을 받아들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상승에 대한 열망과 좌절, 고독과 절망, 자유의 억압 등을 객관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동시에 신비주의적인 문학 성향을 포용하여 허구의 세계로까지 넘나들면서 색다르고 경쾌하며 환상과 열정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풀어낸다. 폴 오스터는 종종 프란츠 카프카 혹은 사뮤엘 베케트와 비견된다. 당연히 그는 이들과 흡사한 시각에서, 그러나 전혀 독특한 방식으로 운명과 그것이 인간을 지배하는 방식에 몰두한다.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탄탄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결합시키는 발군의 문학적 기량은 폴 오스터 이외의 다른 작가에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덕목이다.

폴 오스터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고독의 발견The Invention of Solitude』(1982)
『유리의 도시City of Glass』(1985) : 『뉴욕 3부작』 1편
『유령Ghosts』(1986) : 『뉴욕 3부작』 2편
『비밀의 방The Locked Room](1986) : 『뉴욕 3부작』 3편
『마지막 것들의 나라에서In the Country of Last Things』(1987)
『실종Disappearances: Selected Poems』(1988) : 시집 『달의 궁전Moon Palace』(1989)
『우연의 음악The Music of Chance』(1990) : 미국 예술원의 모톤 다우웬 자블 상 수상
『굶기의 예술The Art of Hunger』(1992) : 에세이,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으로 번역됨
『거대한 괴물Leviathan』(1992) : 1993년 메디치 외국 문학상 수상
『공중 곡예사Mr. Vertigo』(1994)
『스모크, 우수에 잠긴 얼굴Smoke & Blue in the Face: 2 Films』(1995)
『왜 쓰는가Why Write』(1995)
『번역Translations』(1997)
『하루살이 인생Hand to Mouth』(1997)
『다리 위의 룰루Lulu on the Bridge』(1998)
『팀벅투Timbuktu』(1999)

 
옮긴이 김석희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를 넘나들며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 『빨간 공책』, 존 파울즈의 『만티사』,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르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 『해저 2만 리』,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 1백여 권을 번역했다. 역자 후기 모음인 『에필로그 60』을 펴냈으며, 제1회 한국 번역상 대상을 받았다.
 

[빵 굽는 타자기] 줄거리
이것은 재능이 있지만 부유(浮游)하는, 한 젊은이의 분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그리고 더 세밀하게 작품의 속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품위 있는 생존을 예약하는 돈에 관한, 한편으로 서글프고 한편으로 유쾌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폴 오스터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젊은 날에 각인된 가슴에 사무치도록 잔인한 삶의 진실들을 여과 없이 서술한다. 즉, 글을 쓰기 위해 겪어야 했던 지난한 우여곡절 ― 맨해튼과 파리와 뉴욕 주 북부의 시골 지방에 이르기까지의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 걸쳐 있는 ― 들을 입심 좋게 늘어놓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간 발표되지 않았던 폴 오스터의 초기 작품들을 마주하는, 기대치 못한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사무엘 베케트를 연상시키는 희곡 세 편, 혹시나 돈이 될까 해서 오스터가 직접 궁리해 낸 카드 게임 <액션 베이스볼>, 그리고 폴 벤저민Paul Benjamin이라는 필명으로 썼던 미스터리 탐정 소설 [스퀴즈 플레이](별책 발행, 아래 설명 참조). 이들은 모두 현실과 상호 조율하는 작가 오스터의 삶의 흔적이자 삽화이다.
폴 오스터는 그의 소설들에서 뛰어난 캐릭터들을 창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젊은 날, 그는 그의 자질에 비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오히려 오스터에게 여타 작가들과 구별되는 풍부한 문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현실이 아닌 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오스터는 꿈이 아닌 현실을, 자신의 경험의 범위를 형상화하는 능력을 익혀 두었다. 그는 싸구려 술집과 여관들이 많은 부랑자 구역에서 일했고, 특별한 취향과 경력을 지닌 인사들과 교류했다. 그는 60년대 미국 내 학생 운동의 정점에 서 있던 컬럼비아 대학교의 학생이었고, FBI의 가장 주목받는 열 명의 지명 수배자 가운데 일곱 명을 알고 있었다. 그는 유조선에서 허드렛일을 했고, 프렌치 느와르 영화 제작자를 위해 파리에서 대본을 각색했고, 뉴욕에 있는 희귀본 서적 중개상의 비서 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프랑스 어로 된 월맹 헌법을 영어로 번역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세상을 헤집고 다녔던 경험은 그에게 장 주네, 메리 매카시, 저지 코진스키, 사르트르, 푸코, 그리고 존 레논 등 당대의 지식인과 스타일리스트들에 관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준다. 그것이 후일 어떤 인과 관계를 맺었는지 결론은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오스터는 이 모든 시시콜콜한 기억의 잔재들을 주관적인 판단을 미룬 채 유려한 산문으로 구성했다.

언론평
[핸드 투 마우스]의 억제할 수 없는 위트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불행으로부터 또 따른 재정적 불행으로 오스터가 비틀거리는 것을 따라서 작품을 읽어 나가는 것은 똑같은 이웃의 교차로에서 몇몇의 교통 사고들을 목격하는 것과 같다.
― 뉴욕 타임즈 북 리뷰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 Patrick Giles

어느 작가에 의해 씌어진 가장 독창적이고 대담한 자서전들 가운데 하나.
― 르 몽드Le Monde

기쁨을 주고…… 고상하고 인간적인 이야기…… 오스터의 예술적 재능에 단지 경탄할 뿐이다.
― 보스턴 글러브The Boston Globe

문학적인 삶에 주의를 기울이는 누구에게나 재미있고 교훈적인 작품이다.
―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The Washington Post Book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