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과도 같은 문학적 기교와 심오한 지성으로 현대 미국 작가 가운데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 불리는 폴 오스터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현장감과 은은한 감동을 가미시키는 천부적 재능의 작가이다. 또한 현대 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재능과 문학적 깊이, 문학의 기인이라 불릴 만큼 개성 있는 독창성과 담대함으로 독자들을 우연과 운명이 조우하는 세계, 영혼의 고뇌가 깃든 신비스러운 여행길로 인도하는 오스터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문단과 비평가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실주의적이면서 신비주의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문학 장르의 모든 특징적 요소들이 혼성된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란 극찬을 받은 그의 작품들은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

줄거리
1990년 6월 어느 날 위스콘신 주 북부의 어느 도로변에서 한 남자가 폭사(暴死)했다는 기사가 난 이후 주인공 피터 아론은 FBI 요원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죽은 사람이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 벤자민 삭스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느낌을 가졌던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육감에 대해 확신을 하면서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딱 잡아뗀다.

FBI 요원들이 돌아가고 나자 피터 아론은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린다. 그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작가였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가 쓰는 글은 이 소설 『거대한 괴물』의 주 내용이 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액자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15년도 훨씬 전인 어느 폭설이 쏟아지던 날로 되돌아간다. 당시만 해도 무명 작가였던 아론은 우연히 독회(讀會)의 낭송자로 초청을 받게 된다. 그러나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어서 독회는 취소되어 버렸고, 허탈감에 젖어 독회 장소였던 주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아론에게 희극적인 옷차림의 키가 큰 남자가 다가온다. 그가 바로 피터 아론을 그 자리에 오게 한 장본인 벤자민 삭스였다. 그는 첫 번째 작품 『새로운 거상』으로 이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로서, 피터 아론이 발표한 단편을 보고 아론을 독회의 낭송자로 추천한 것이었다. 만나기도 전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과 서로가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되었다. 그 이후, 그들은 자주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독려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마침내 서로의 집을 방문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삭스의 집을 방문한 아론은 그의 아내 패니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녀는 바로 아론이 대학에 다닐 때 혼자 짝사랑했던 여자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어 삭스가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집을 떠나 있던 어느 날, 아론은 패니의 유혹에 끌려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된다. 친구를 배신한 것과 그녀와의 결혼 사이에서 방황하던 아론은 그녀를 택하지만, 패니는 삭스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그 후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아론에게 아이리스라는 여자가 나타나고, 마침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한편,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삭스는 시골 별장에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날 아침 삭스는 산책을 나갔다가 길을 잃게 되고, 구조되어 돌아오던 중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것은 순전히 우연에 기인한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지만, 마치 피할 수 없었던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삭스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어떤 조직에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삭스는 그가 하던 일에 공감하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테러리스트로서의 길이었다. 해이한 미국인의 사고와 흩어져 있는 미국의 신화를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 삭스는 전역에 걸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폭파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