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는 발견했다. 인류가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나는 알고 있다.
이건 무시무시한 비밀이다. 내가 이것을 누설하게 되면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최초의 인간에 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한 고생물학자가 휘갈겨 쓴 메모. 그리고 그의 돌연한 변사. 살인 사건을 축으로 휘몰아치듯 진행되는 인류 조상에 대한 추적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수사, 그리고 결국 밝혀지는 진실. 그가 알아낸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추리 소설적 설정, 영화를 연상케 하는 빠른 사건 전개, 지금까지의 모든 진화 이론을 총정리하는 듯한 등장 인물들의 대화, 원시인과 현대인의 시각을 교차시키면서 보여주는 현대 문명에 대한 아이러니컬한 시선 등을 통해, <재미와 정보와 생각할 거리를 한 번에 제공하는> 베르베르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최신작.

▶ 진화론이라는 과학적 주제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특이한 시도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인간의 본질, 근원, 미래를 독자 스스로 반성해 볼 기회를 제공
 

진화론이 주장된 뒤부터 현생 인류와 원인(猿人)을 연결하는 <미싱 링크>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고생물학자들의 강박 관념이 되었다. 그 강박 관념은 때로는 다윈의 이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었고(19C), <필트다운 맨> 같은 사기 사건을 낳기도 했지만(20세기 초) 지금까지 나온 가설과 증거들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결정적인 것은 증거의 종합이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화석을 발굴하는 일이다. 고생물학자들은 우리가 작성하는 진화의 연표에 적어도 두 군데 이상의 시기에 화석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최초의 인간>에 해당되는 미싱 링크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한 고생물학자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사건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주간지의 여기자와 전직 기자, 미싱 링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계 내부의 갈등, 이상한 원숭이의 출현과 돼지고기 가공업체 여사장의 납치 사건……. 주인공인 발랄한 여기자 뤼크레스와 괴짜로 알려진 전직 기자 이지도르는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과학자들을 차례로 만나고, 범인을 찾아 아프리카, 인류의 근원지인 아프리카에까지 추격전을 펼친다.

이 소설은 두 개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하나가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두 기자가 풀어 나가는 인류 기원의 비밀이라면, 다른 하나는 바로 370만 년 전의 우리의 가장 직접적인 조상, 바로 그 미싱 링크에 해당하는 존재의 일상을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묘사한 장면들이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생존 투쟁이던 동물­인간의 일상, 그러면서도 이미 초월적 사고의 씨앗이 머릿속 어딘가에서 발아하기 시작하던 그 경이로운 순간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베르베르 ― 탐구의 작가, 화해의 작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가 이끄는 이야기의 탐험로를 따라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개미>들의 세계와 조우했고(『개미』 『개미 혁명』), 삶과 죽음의 경계 지점인 영계(靈界)를 누비는 환상적 체험을 누려 보기도 했다(『타나토노트』).

그의 첫 소설, 『개미』가 나왔을 때 프랑스의 평론가들은 <프랑스의 천재 작가>라며 그를 극찬했다. 확실히, 그는 특이한 존재다. 그의 이러한 천재성은 재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집요한 탐구 정신이다. 『개미』만 해도 근 20년 간 계속된 개미 세계의 탐구가 응축된,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노작의 산물이다. 『아버지들의 아버지』 또한 방대한 자료 수집과 수많은 인류학자, 고생물학자 및 과학자들과의 인터뷰 끝에 얻어낸 인류 진화에 관한 흥미로운 가설들을 소설로 압축시킨 집요한 탐구의 소산이다. 프랑스 언론들이 베르베르가 과학자 집단과 맺고 있는 특이한 연계에 주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1961년생인 베르베르는 고향 툴루즈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언론 학교에서는 저널리즘을 공부하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프랑스의 유력한 주간지인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기사들을 게재하기도 한다. <스타 워즈> 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교 시절에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기도 했고, 올더스 헉슬리와 H.G.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또한 그는 우리에게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로 알려진 필립 K.딕의 열광적인 팬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을 지배하고 있는 영화적 구성과 만화적인 감각은 이런 배경에서 연유하고 있다.

 그는 진지하되 어둡지 않고, 익살스럽되 경박하지 않고, 겸손하지만 자신만만한, 인류의 위대한 특성인 웃음을 풍성하게 소유한 천진스런 작가다. 그의 소설의 표면적 구성을 미스터리와 추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발랄하고 따뜻하며 유머러스하다.

 그는 우리는 더 멀리 꿈꾸게 하는 소설가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 더욱 잘 이해하고 자연과 더욱 조화롭게 살아가는 한결 더 좋은 세상을 갈망한다. 베르베르는 인류를 불행하게 하고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는 갖가지 갈등과 장애를 해소하는 길을 『개미』를 비롯한 그의 소설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아버지들의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다.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등장하는 돼지의 도살 장면 등은 동물과 결국은 연결되어 있는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한 반성을 해보게 한다. 인류가 진정한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자연 친화론자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