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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죽음은 곧 우리 기억의 죽음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이라는 구체적 삶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도시의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과정을, 건축학자의 입장에서 성찰하며 <도시 재생renovation>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한다.
지구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도시는 점점 상품화되어 가고 있다. 밀폐된 공간과 정지된 시간 속에서 각자 자기 정체성을 지닌 도시민들의 삶이 통합된 곳이 도시이다. <도시의 죽음>은 도시민들의 삶이 통합된 어떤 공간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라진 공간에는 새로운 공간들이 디자인되고, 쓸모를 다하면 그 공간도 사라지고 또 새로운 공간이 디자인된다. 이때 도시만 <죽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은 공간에서 펼쳐졌던 우리의 삶에 대한 기억도 함께 <죽는다>. 한정된 지리적 여건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려면 기존의 공간을 죽이지 않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양평동, 철산리, 남현동, 창신동, 평화촌, 석촌동, 문정동, 계룡리, 창동, 양돈(노원구 하계동 양돈마을), 한내, 면목동, 도화동, 수유동, 전농동, 신림동, 봉천동, 구로동, 하안동, 목동, 사당동, 상계동, 중계동, 하계동, 돈암동, 대현동, 양재동 등. 그리고 황학동 벼룩시장과 청계 고가 도로 등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진 공간과 지금의 공간을 떠올려 보면, 도시 풍경은 과연 우리가 자랑스럽게 후대에게 물려줄 시대의 유산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하나의 공간 언어가 도시에서 배타적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면 공간을 통한 사회적 빈곤과 차별은 더 심해지고 약자의 삶에 대한 억압과 폭력도 가중될 것이다. 그 공간 언어가 정치색을 띠면 우리는 개발 시대의 독재를 맛보았고, 경제적인 색조 일색일 때 우리는 도시가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변모하는 것을 보았다. 도시는 공간 언어의 다원성을 가질 때 경쟁력을 갖는다.
도시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는 바로 도시민의 삶이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공존, 공유의 가능성을 조금씩 더 넓혀 갈 수 있을 때보다 <통합된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도시 재생> 또한 그런 관점에서, 행정가나 도시 전문가뿐만 아니라 민간과 공공, 개인과 집단, 행정과 전문가, 그리고 도시민들 모두의 몫이라는 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북스 시리즈 네 번째 책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총서> 출판 사업의 일환인 <아르코북스>의 네 번째 책으로 기획되었다(ARKO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의 영문 약자). 아르코북스는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기록하고 진단함으로써 문화 예술 정책 개발을 위한 학술적,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려 한다. 지역에 기반한 공동체 중심 퍼포먼스를 소개하고 있는 『지역 예술 운동』(2008년 8월 출간)이 첫 번째 책이며, 예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학제 간 탐구를 시도한 『공공성』(2008년 12월 출간)이 그 두 번째 책이다. 고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예술에 대한 지원과 후원에 관해 6명의 역사 학자들이 쓴 『한국의 예술 지원사』(2009년 1월 출간)가 세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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