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와인메이커의 8년간 기록
내추럴 와인을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살아가는 와인메이커 앤더스 프레드릭 스틴의 배움의 여정에 관한 치밀한 기록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우리의 정원에는 시가 자란다』는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덴마크의 세계적 레스토랑 <노마>에서 활동한 젊고 재능 넘치는 소믈리에가 가족과 함께 프랑스 남부 아르데슈의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가며 내추럴 와인메이커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펜하겐의 여러 중요한 식당에서 소믈리에와 셰프로 일하던 앤더스 프레드릭 스틴은 미각이 훌륭하고 와인에 관해 날카로우며 지적인 이해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와인 양조에 관해서라면 웬만한 업자보다 빠삭한 친구니까>였다. 이미 와인 양조에 관한 기본적 이해가 형성된 이 <빠삭한 친구>는 와인의 생명력에 집중하여 자신만의 내추럴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즉 과즙에 첨가제를 넣거나 특정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 와인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탐구한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 품종을 고르고 포도를 잘 길러 내는 것부터 시작하는 그야말로 사람 손을 일일이 모두 거쳐야 하는 고된 작업물이다. 유기농 혹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양조 과정에서 그 어떤 것을 첨가하지도 제거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작업인 셈이다. 앤더스 프레드릭 스틴의 와인은 이 작업에서 좀 더 자유롭다. 스틴은 고유함과 변조를 모두 시도한다. 산화 풍미를 실험하거나 극도의 숙성을 감행함으로써 와인에 영혼과도 같은 스타일과 이상을 투영하기도 했다. 그의 와인은 철학적이거나 시적이거나 때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와인 라벨에 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와인메이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매일 새로이 진화하며, 다시 세상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내추럴 와인을 만들고 마시는 삶에 관한 이야기
독학으로 시작한 와인 만들기를 8년간 기록한 스틴의 글은 말하자면, 삶에 중대한 변화가 이루어진 과도기를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직업을 바꾸고 생활 터전을 낯선 곳으로 옮겨 와인메이커로 나아가는 하루하루를 담고 있으며, 내추럴 와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원하는 맛을 만들어 내는지, 같은 내추럴 와인메이커들과의 연대감과 열정적인 와인 세계에 관한 솔직한 감상 등 집착에 가까운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와인 만들기에서 얻은 세세한 지식, 더불어 자신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감과 호기심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스틴의 글은 현재 직업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하루하루 하나씩 오래도록 손을 거쳐야만 작품이 나오는 장인에게는 응원을, 자신만의 일기를 쓰고 있는 독자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된다. 스틴은 와인메이커로서만 글을 쓰지는 않았다. 그는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동료들의 내추럴 와인을, 대중적인 저렴한 와인을, 잘 알려지지 않은 컨벤셔널 와인을, 일본의 양조업자가 만든 전통적 사케를 일일이 마시고 그 맛을 기록해 두었다. 지금 소믈리에로 일하거나 와인 맛에 관한 표현을 더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직관적인 감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스틴의 직감과 호기심은 우리가 세상을 대할 때, 열정을 자극하는 대상을 대할 때 자기만의 고유한 관점을 잃지 않도록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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