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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코믹북의 1세대 작가
체스터 브라운의 마음을 사로잡는 10대 회고록
캐나다의 만화가 체스터 브라운(1960)의 대표작 『너 좋아한 적 없어』가 2004년 초판 발행에 이어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열린책들의 만화 예술서 전문 브랜드 미메시스에서 다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체스터 브라운은 1980년대의 캐나다에서 일어난 얼터너티브 코믹북(기존 상업만화에 대한 대안으로 일어난 만화 운동)의 르네상스를 이끌어 온 작가이다. 그는 『탐스러운 털Yammy Fur』이라는 잡지를 자비 출판하며 출판업자들의 눈에 띄었고, 1986년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1990년에 『행복한 광대 에드』로 하비상 <최고의 그림책> 상을, 『탐스러운 털』로 하비상 <최고의 만화가> 상을 받았다.
『너 좋아한 적 없어』는 작가 체스터 브라운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10대 시절 사랑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서툴고 어렵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고백한 회고록이다.
단편적이고도 소소한 일상들의 기억을 더듬어 가보면
어리숙하여 고통스러웠던 <어린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어설프게 성겨 있던 감정의 끈들이 어떤 고리에서부터 나왔고 시간이 지난 뒤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는, 작가 자신의 세밀하고도 아름다운 고백 『너 좋아한 적 없어』. 캐나다의 작은 마을 샤토게이에서 살고 있는 한 소년은 엄마의 잔소리에는 절대 지지 않는 굳은 심지를 가진 듯하나, 밖에 나오기만 하면 아이들의 놀림과 괴롭힘에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만만한 동네 꼬마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극도의 소심남이다. 소년은 마음의 교감은 둘째치고라도 일상적인 소통에까지 답답함을 느끼며, 그것이 본인의 탓인지 외부의 탓인지 알쏭달쏭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어 자꾸만 엇나가는 주변의 관계들이 괴롭기만 할 뿐. 하지만 그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집에서 비스킷을 와삭와삭 씹어 넘기는 것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체스터 브라운은 시니컬한 듯 겉모습을 포장해도,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갑갑함을 주체할 수 없는 소년를 그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며 묘사했다. 그것은 억울했고, 슬펐고, 왜 부끄러웠는지, 왜 아팠는지 영문을 모른 채 지내왔던 어린 시절의 시간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한 컷만으로 한 장면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탁월한 포착력과 절제력
뛰어난 재능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이 작가는 1980년대 슈퍼히어로만 등장하던 화려한 그래픽노블의 흐름 속에서 탈피하였다. 그리고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슴에 남은 흔적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는 조용한 여정의 자전적인 내용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장 잘 아는 이야기인 <나의 이야기>에서 그는 끝임 없는 시도와 실험은 하였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형식의 스타일을 보여 주며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만화가로 성장하게 되었다. 특히『너 좋아한 적 없어』에서는 보여주는 말과 행동 사이의 희미한 연결 고리를 절묘하게 포착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독자들을 은근한 회상의 통로로 이끄는 마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절제된 말과 행동,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 평범한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감동을 전달하려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줄거리
토론토 교외의 작은 마을 샤토게이에서 사는 한 소년 체스터는 이웃집의 캐리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캐리는 체스터를 좋아해 주변에서 맴돌며 체스터에게 좋아한다는 사인을 보내지만, 체스터는 눈치 채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캐리의 친구 스카이를 좋아한다. 한편 체스터는 밤새 스카이를 상상하며 첫사랑에 빠진 듯 열병을 앓다가 드디어 스카이에게 어설픈 고백을 하게 되지만, 친구인 캐리가 체스터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스카이는 어쩔 줄을 모른다. 한편 체스터가 스카이에게 고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캐리는 상심한 마음으로 체스터를 찾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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