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보리슬라프 페키치의 소설 '기적의 시대'를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문학 시리즈가 개선되었으면 하고 생각한 몇 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출판사는 책표지 날개에 세계문학 시리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홍보하고 있습니다.
첫째,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으로...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학 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했으며...
둘째,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원전번역 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그러나 페키치의 '불신의 시대'를 읽고 나니
첫번째를 제외하고는 출판사의 홍보에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았습니다.
페키치의 '불신의 시대'는' 1993년에 번역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에 읽어 보면 상당히 한문친화적며
지금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고질(痼疾), 악역(惡疫), 영능(靈能), 독신(瀆神), 만족(蠻族), 둔사(遁辭),
분천(噴泉), 감장(勘葬), 건락(乾酪), 관대(棺臺), 족가(足枷), 정련(精練) 등
어려운 한자도 문제지만...
성약(聖約), 공거(共居), 종추(鐘錘), 사도(赦禱), 부주(浮舟), 고구(考究),
곡부(哭婦), 궁안(弓眼) 등 일부 낱말은 네이버 어학사전에도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번역자가 한문을 조합해서 임의로 만든 단어 같은데...
그 단어가 30년 전에는 그럭저럭 읽혀졌을지는 몰라도
지금 21세기의 한글세대들에게는
한자가 병용되어 있어도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으며
난해함 그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유고슬라비아 작가의 책을 이윤기씨가 번역한 것으로 보아
번역본을 재번역한 것 같은데 번역자는
어느 책을 번역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영어판을 번역했다면
미국에서 번역된 책인지, 영국에서 번역된 책인지
아니면 일본 번역판을 번역한 것인지...
출판사에서 홍보하는 원전번역 주의가
이런 행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마지막으로
사철제본...
일반적으로 사철제본은 책등 부분을 둥그렇게 만드는데 비해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은 일자로 만들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책이 조금은 뒤틀려 버렸네요.
차라리 본드제본이 낫지 않나하는 생각과
비용절약을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하드함이 느껴지지 않는 얄쌍한 하드커버도
차라리 페이퍼백 방식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처럼 20세기에 번역된 오래된 책들은
이 시대에 맞는 한글친화적이고
출판사의 홍보 문구에 걸맞는 원전을 번역한
새로운 번역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봅니다.
열린책들 출판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