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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노르만 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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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석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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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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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도서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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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오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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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minji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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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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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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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번에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오역 관련해서 문의를 드렸었는데, 기다려도 답장이 없으셔서 이렇게 먼저 연락드립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아직 충분히 환기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챕터를 검토한 결과 발견된 오역에 대하여 알려드리려 합니다. 임의로 검토하지 않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관련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챕터인 ‘대심문관’을 검토했는데, 다음과 같은 오역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비교한 국역본은 민음사에서 나온 김연경 역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에서 대심문관 부분만 따로 단행본으로 발행한 이종진 역 ‘대심문관’입니다)
열린책들
<그분이셔, 바로 그분이셔, 그분이 틀림없다고, 어떤 사람도 그분과 같을 수는 없는 거야> 라고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합창하지
민음사
‘이건 그분이야, 그분이 틀림없어’ 라고 다들 되뇌지. ‘틀림없이 그분이야, 정말로 그분이 틀림없다니까.’
한국외대 출판부
‘이분은 예수님이다. 이분이 바로 예수님이야’하고 사람들은 되뇌었어. ‘이 분은 틀림없는 예수님이야, 예수님이 아니면 누구란 말이냐?’
원문
Это он, это сам он, — повторяют все, — это должен быть он, это никто как он
이건 그분이야, 이건 바로 그분이야 – 모두가 반복했다 – 이건 틀림없이 그분이야, 그분 말고 다른 사람일 리 없어
영어로 치면 it can’t be anyone but him과 같은 문장을 어떻게 ‘어떤 사람도 그분과 같을 수는 없는 거’라고 번역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갑니다.
열린책들
그러나 알아두시오. 오늘날 인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심이 깊고, 자유로 충만되어 있으며,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자유를 우리한테 가져와서 우리 발 밑에 공손히 바쳤다는 것을.
민음사
하지만 알아 둬, 이제, 특히 지금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적으로 자유롭다는 확신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실은 그들이 직접 우리에게 자신들의 자유를 갖다 바쳤고 공손하게 우리의 발밑에 놓았다는 것을.
한국외대 출판부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두시오, 이 사람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들이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믿고 있소, 그렇지만 그들은 그 자유를 자진해서 우리에게 바쳤소. 겸손하게 우리의 발아래 갖다 바쳤단 말이오.
원문
Но знай, что теперь и именно ныне эти люди уверены более чем когда-нибудь, что свободны вполне, а между тем сами же они принесли нам свободу свою и покорно положили ее к ногам нашим.
그러나 알아 두어라, 이제야 그리고 바로 최근에야 이 사람들은 그 언제보다도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하지만 한편으로 바로 그들 자신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자유를 가져왔고 순종적으로 그것을 우리의 발 앞에 놓은 것이다.
эти люди уверены более чем когда-нибудь, что свободны вполне에서 что이하는 영어로 따지면 that 절이라, that 이하의 내용(완전히 자유롭다)을 уверены(확신)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열린책들 역본에서는 마치 두 부분이 떨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엉뚱하게 번역되었습니다.
열린책들
마침내 그들 스스로 지상의 빵과 자유가 양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오. 왜냐하면 그들은 두 가지를 절대로, 절대로 모두 가질 수는 없을 테니까!
민음사
마침내 그들은 자유라는 것과 누구에게나 넘쳐날 만큼의 지상의 빵이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인데, 왜냐하면 자기네들끼리 그것을 분배할 능력이 없는 족속이니까!
한국외대 출판부
즉, 자유와 지상의 빵은 어떠한 인간에게나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자신이 마침내 깨닫게 될 거란 말이오. 자기네들끼리 그것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는 도저히 없기 때문이오!
원문
Поймут наконец сами, что свобода и хлеб земной вдоволь для всякого вместе немыслимы, ибо никогда, никогда не сумеют они разделиться между собою!
그들은 결국 스스로 이해하게 될 것인데, 자유와 모든 사람을 위해 충분한 지상의 빵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왜냐하면 절대로, 절대로 그들은 자기들끼리 분배를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вдоволь для всякого’가 누락되었고, 마지막 부분이 얼버무리듯 번역되었습니다. 단순히 모두 가질 수 없는 것과 ‘분배’할 능력이 없는 것은 내용상 차이가 크지 않을까요?
열린책들
영원히 모순 속에서 허덕이며 영원히 비천한 존재인, 무력한 그들의 눈에
민음사
그것이 약하고 영원히 악덕하고 영원히 배은망덕한 인간 종족의 눈에
한국외대 출판부
그 무력하고 영원히 죄 많은, 영원히 비열한 인간들의 눈으로 볼 때
원문
в глазах слабого, вечно порочного и вечно неблагородного людского племени
약하고 영원히 죄 많고 영원히 비천한 인간 종족의 눈에
그 어원(порок죄악, 악덕, 결점)이 명백한 형용사 ‘порочный죄 많은, 악덕한’를 역자 임의대로 ‘모순 속에서 허덕이며’라고 번역할 정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열린책들
그들은 우리들에 대해서 경탄해 마지않을 것이며, 우리들을 신으로 여기게 될 것이오. 왜냐하면 우리들이 앞장서서 자유를 참아 내고 그들을 통치하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오. 궁극적으로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끔찍한 일이 아니겠소!
민음사
그들은 우리가 그들의 선두에 서서 그들의 자유를 대신 견뎌 줌으로써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경외심을 가질 것이며 우리를 신으로 간주할 것이니 – 그리하여 그들에게 있어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결국에 가서는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한국외대 출판부
그들은 우리를 보고 놀라게 될 것이며, 우리를 신으로 받들 것이오. 우리가 그들 앞에 서서, 자유를 기꺼이 참고 그들 위에 군림할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오. 그리하여 그들은 마침내 자유롭게 되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하게 될 것이오.
원문
Они будут дивиться на нас и будут считать нас за богов за то, что мы, став во главе их, согласились выносить свободу и над ними господствовать так ужасно им станет под конец быть свободными!
그들은 우리가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자유를 견뎌내고 그들 위에서 군림하는 데 동의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우리를 경외하고 우리를 신으로 간주할 것인데, 그렇게 결국 그들에게 자유롭게 있기란 끔찍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так ужасно им станет под конец быть свободными’ 부분이 열린책들 역본에서는 마치 역자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기라도 한 듯 ‘궁극적으로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끔찍한 일이 아니겠소!’ 라는 식의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무의미한 감탄문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열린책들
따라서 반드시 거짓말을 해야만 하므로 그 거짓말 속에 우리들의 괴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오
민음사
바로 이 기만 속에 우리의 고통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니,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출판부
이 기만 속에 바로 우리의 고민이 있소.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거짓말을 해야 할 테니까.
원문
В обмане этом и будет заключаться наше страдание, ибо мы должны будем лгать.
그 기만 안에 우리의 수난도 있을 것인데, 왜냐면 우리는 거짓말을 해야만 할 테니까.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왜냐하면’이 열린책들 역본의 경우 앞 문장에 잘못 걸려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 문장에서 제시된 이유 때문에 반드시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쓰인 것이 아니라, 왜 대심문관이 고통받고 수난당하는지 그 이유(‘거짓말을 해야만 해서’)를 설명하는 것인데, 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가 대심문관에게 고통스럽다는 것은 대심문관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뒷부분에 나오는 이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 거짓이 심문관이 한평생 열정적으로 이상으로 믿어 왔던 그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거든! 그래도 그것이 불행이 아닐까!’)
열린책들
하지만 인간은 경배할 대상을 찾고 있고, 인류가 그 대상 앞에 순식간에 무릎을 꿇으리란 사실은 너무나, 너무나 자명한 일이오
민음사
하지만 인간이 찾는 그 대상이란 이미 확실한,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일시에 만장일치로 그 앞에 함께 경배할 수 있어야만 되는 것이다.
한국외대 출판부
그런데 인간이란 의심의 여지없이 확고부동한 인물을 숭배의 대상으로 찾는 법이오.
원문
Но ищет человек преклониться пред тем, что уже бесспорно, столь бесспорно, чтобы все люди разом согласились на всеобщее пред ним преклонение.
하지만 사람들이 그 앞에 경배하려고 찾는 자는, 이미 논쟁의 여지가 없는 자인데, 모든 사람들이 그 앞에 공통의 경배를 하는 것에 단번에 동의할 수 있도록(-을만큼-) 충분히 논쟁의 여지가 없는 자이다.
이 문장은 사람들이 경배하기 위해 찾아낼 대상이 과연 어떤 대상인지(그 대상은 이 다음 문장에서 부연되듯, 모두가 그에게 경배하는 것에 동의할 만큼 논쟁의 여지 없고 확실한, 확고부동한 대상이어야 합니다)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이지, 그 앞에서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 것이 자명한지 어떤지에 대한 문장이 아닙니다.
열린책들
그런 상황은 세상의 종말까지, 이 세상에서 신들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오. 설혹 우상들 앞에 몸을 굽힌다 해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민음사
이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심지어 세상에서 신들마저도 사라져 버릴 그때까지 그렇게 될 것이다. 신이 있든 말든, 우상들 앞에 엎드릴 테니까.
한국외대 출판부
이것은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이 세상에서 신이란 신이 모두 사라져 버릴 때까지 계속 될 거요. 신이 없으면 그들은 우상들 앞에라도 무릎을 꿇을 테니까.
원문
И так будет до скончания мира, даже и тогда, когда исчезнут в мире и боги: всё равно падут пред идолами.
그리고 세상의 끝까지 그러할 것인데, 심지어는 세상에서 신들마저 사라질 때까지도 그럴 것이오. 어쨌거나 우상들 앞에라도 절을 할 테니까.
‘설혹 우상들 앞에 몸을 굽힌다 해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소’를 보고 문장의 원래 의미를 파악하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열린책들
그러나 어린애들의 환희도 끝을 맺어 선생은 어린애들한테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오.
민음사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황홀도 끝날 것이고, 그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한국외대 출판부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아이들의 환희는 사라질 것이며, 그들은 이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할 거요.
원문
Но придет конец и восторгу ребятишек, он будет дорого стоить им.
하지만 어린애들의 환희에도 끝이 올 것이고, 그것은 그들에게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오
‘선생은 어린애들한테 소중한 존재가 될 것’... 뭐라고 말을 덧붙이기도 민망합니다...
열린책들
사람들은 몹시 후회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테지만, 그들이 내뱉은 이야기는 신성 모독이 될 테니, 그들은 더욱 불행해지고 말 것이오
민음사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절망에 빠졌기 때문일 테지만, 일단 그들에 의해 말해진 것은 신성모독이 될 것이며 이 때문에 그들은 더욱더 불행해질 것인데,
한국외대 출판부
그들은 절망에 빠져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만, 일단 입 밖에 나온 말은 그대로 신에 대한 모독이 되어, 그 때문에 그들은 한층 더 불행해질 것임이 틀림없소.
원문
Скажут это они в отчаянии, и сказанное ими будет богохульством, от которого они станут еще несчастнее,
그들은 절망에 빠져 이렇게 말할 것이고, 그들에 의해 말해진 것은 신성모독이 되어, 그것 때문에 그들은 더 불행해질 것인데,
원문의 ‘절망’을 번역자 임의대로 ‘후회’로 바꿀 어떤 정당성도 없습니다. 사실은 아까 ‘모순 속에서 허덕이는’을 포함하여 이런 부분이 이 번역본에는 사실 무척이나 많은데, 너무 하나하나 시시콜콜 지적하면 사안의 중대성을 환기시키려는 목적에 반하는 것 같아 두 번만 지적하였습니다.
열린책들
우리들을 심판하라, 그것이 가능하며 또 그럴 능력이 있다면
민음사
할 수 있다면, 감히 그럴 용기가 있다면, 우리를 심판해 보라
한국외대 출판부
자, 우리를 심판할 수 있으면, 그런 용기가 있으면 어서 심판해 보시오!
원문
Суди нас, если можешь и смеешь
우리를 심판하라, 만일 네가 할 수 있다면, 감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원문의 смеешь(감히 ~하다. 영어의 dare)를 сумеешь(~할 능력이 있다)로 본 것 같은데, '감히 심판할 수 있으면 심판해 보라' 라는 도전을 '그것이 가능하며 그럴 능력이 있다면' 식의 무의미한 동어반복으로 번역해서는 도저히 면이 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어색하게 번역된 문장이 굉장히 많은데, 예를 들어 ‘당신은 인간 본성의 근본적인 비밀을 알고 있었고, 모든 사람을 무조건 당신 앞에 경배토록 만들기 위해 당신에게 제시된 유일하고 절대적인 깃발을, 지상의 빵의 깃발을 자유와 천상의 빵이라는 미명하에 거부하고 말았소’ 이 문장은 실제로는 ‘알고 있었고’처럼 순접이 아니라, 원문 자체가 Ты знал, ты не мог не знать эту основную тайну природы человеческой, но ‘너는 알고 있었다, 이 인간 본성의 근본적인 비밀을 네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으로 역접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내용상 자연스럽습니다. 원문에 있는 ‘ты не мог не знать몰랐을 리 없지만’을 누락시켜가면서까지 순접으로 번역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적지 않았고, 이것을 고치는 일은 이미 독자인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열린책들은 국내 유일의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발간한 출판사입니다. 독자들에게 정확한 번역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오역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사이트에서 보시기 힘드실 것 같아 같은 내용 메일로도 보내 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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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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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보내 주신 메일 편집부에 전달했습니다. |
2020-03-02 1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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