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욱 독자님 반갑습니다.

주로 외국문학을 출판하는 열린책들에게 독자님의 지적과 칭찬에 대단히 고마움을 느낍니다.

단지 <신곡>의 번역이 저희 열린책들의 것이 제일 낫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중역하지 않고 직역하되, 직역투의 문장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원문에 충실하도록,

국내에서 가장 그 나라 언어에 통달하고 전공하신 분을 찾아 수차례 교정을 보며 오류와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20년 열린책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라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열린책들에서도 Penguin Classics에 실린 C.W.Scott-Giles의 일러스트를 넣으려고 했으나

저작권자를 찾지 못해 싣지 못했습니다. Scott-Giles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나름의

도해를 넣은 것으로 유명한 작가라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에 말씀하신 천국 제1곡 133~135행에 대해서는 김운찬 교수님께 여쭤보았으니,

곧 다시 답변 달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부분도 재미있게 읽으시고요. 또 지적하실 내용 있으면 게시판에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열린책들 올림

:황기욱님글 :-----------------------

나에게 열린책들은 믿음이다.

난 열린책들을 믿는다. 위의 사진을 보라!

어찌 믿지 않고서 저 많은 책을 살 수 있었겠는가?

이번 신곡 번역에서도 알 수 있었다. 아래는 서해문집, 열린책들, 민음사의 신곡 번역 비교한 글입니다. 역시나 열린책들은 믿을 만합니다.

참고로 아래 리뷰는 예스24, 알라딘, 디시인사이드 도서갤러리에도 '정아라'라는 닉으로 리뷰를 올렸습니다.

제목: 신곡-서해문집, 열린책들, 민음사 번역 비교

  번역 비교를 하기 전에 먼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세 출판사의 번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를 못 해보았다는 것이다.

 서해문집 <신곡>을 연옥 제24곡을 읽던 중에 민음사, 열린책들에서 <신곡> 직역본이 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 서비스로 번역을 비교하다가 결국은 민음사, 열린책들
의 <신곡>까지 사버렸다. 그렇게 사서 연옥 제24곡부터 비교하면서 읽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천국 제6곡을 읽는 중이라는 것을 밝힌다.
 원래는 끝까지 다 읽고 비교하는 글을 쓰려고 했지만 다 읽고 쓰나 지금 쓰나 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고 <신곡>을 어떤 출판사로 살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좀 앞 당겨서 쓴다.

 우선 지금으로서는 번역이 얼마나 정확하게 됐는지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아직 <신곡> 이탈리
아어본으로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달 도서 구입을 좀 많이 해서 MP(Money Point)를 다
써버려서 언제 MP가 이탈리아어본 <신곡>살만큼 모일지 모르고 또, 빠른 시일 내에 MP가 모여
졌다고 할지라도 해외주문이기 때문에 책이 언제 내 손안에 들어올지 기약이 없다. 그래서 지금
으로서는 번역의 정확도에 대해 언급하기 힘들므로 지금은 번역과 주석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우선 서해문집의 <신곡>부터 보자면 직역 위주로 번역했다.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덕분에 문장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딱딱 끊기는 느낌이 들어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 <신곡>을 처음 읽어보는 독자라면 과연 끝까지 참고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자도 그런 걱정이 있어서인지 각 곡(CANTO)에 들어가기 앞서 곡 내용을

한 페이지 넘게 내용을 간략하게 줄여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줄여 놓은 것이 꽤 자세하게 써놓아서 그 내용 줄인 것이 스포일링으로 작용해
막상 곡(CANTO)을 읽을 때 김빠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곡을 먼저 읽고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석은 역시 세 출판사들 중 가장 좋다. 주석의 개수도 가장 많고 그 질도 가장 좋고 밑에 달려
있어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요약: 서해문집 <신곡>은 직역 위주로 번역되어 있어 번역이 딱딱하다. 직역체 위주 <신곡>을 

보고 싶은 사람이나 예전에 <신곡>을 한 번 보았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민음사 <신곡>의 장점은 그림에 있다. 열린책들의 <신곡>에는 그림이 하나도 없고 서해문집의
<신곡>에는 앞 페이지에 컬러 그림이 좀 있고 각주마다 있으나 마나 한 가로세로 17mm짜리

그림((그림이 하도 작아서 처음에는 그것이 어떤 문장(紋章)이나 도장인지 알았다.))이 있다.

하지만, 민음사의 <신곡>에는 컬러 그림이 제법 있다. 그리고 문장이 간결하고 3행 1조로 한칸씩

뛰어져 있어 읽기에 편하다.
 하지만, 장점은 그뿐이다. 민음사의 번역자가 서해문집에서 발행한 <서해클래식-003 신곡>에서
산문체로 바꾸어서 낸 경력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경력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되었는지 의역을

심하게 해서 <신곡> 고유의 맛을 잃어버렸다. 난이도가 높은 책들을 잘 읽지 못하는 독자는 좋아
할지는 모르나 과연 이 민음사 <신곡>을 읽고 <신곡>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주석의 질(質, quality) 자체는 나쁘지는 않으나 서해문집, 열린책들의 주석에 비하면 그
수가 너무 적다. 쉽게 번역했다고 주석이 필요없는 것은 아닌데 왜 이렇게 주석 개수가 작은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주석이 뒷부분에 모여 있어 보기에 불편하다.

요약: 단순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모으거나 번역이 어떻게 되었던지 <신곡>만 읽으면 장땡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그 외 비추천.

 개인적으로 열린책들의 <신곡>을 가장 추천한다. 번역을 직역과 의역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신곡>고유의 맛을 떨어뜨리지도 않으면서도 문장이 부드럽게 잘 번역되었다. 주석이 서해문집

보다는 못하나 그 수나 질이 결코 나쁘다 할 수 없고 곡 옆에 달려있어 세 출판사 중 가장 보기

편하다. 그리고 서해문집처럼 곡(CANTO)에 들어가기 전에 4줄 정도로 곡의 내용을 대충 언급하

는데 서해문집처럼 읽고 들어가면 김빠지는 것이 아니라 곡(CANTO)읽는데 도움이 되게 한다.

 참고로 민음사는 곡 들어가기 전 내용 언급은 없다.

 굳이 열린책들의 <신곡> 단점을 지적하자면 그림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요약: 세 출판사 중 가장 추천한다. 직역과 의역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신곡>고유의 맛을 떨어

뜨리지도 않으면서도 문장이 부드럽고 유기적으로 흘려 가독성 있게 번역해 놓았다.

주석 역시 서해문집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그 수나 질도 나쁘지 않고 곡 옆에 달려 있어 보기에도

편하다.
 가격 차이를 보지 않더라도 열린책들의 <신곡>을 추천한다.

PS 1

 지금까지 읽으면서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천국 제1곡 133~135행이었습니다.
각 세 출판사와 영역본 OXFORD의 번역을 보면

<서해문집>

그릇된 쾌락에 의해 최초의 충동이
비뚤어져 그것을 땅으로 가져오는 것은 마치
번갯불이 떨어지는 걸 보는 것과 다름없다오.

<열린책들>

마치 구름에서 번개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듯이, 거짓 즐거움으로 인해
최초의 충동이 자상에 가기도 하지요.

달린 주석

최초의 충동: 선을 지향하고, 하늘로 오르고자 하는 원초적 본능
 

<민음사>

하늘로 올라야 할 빛이 땅으로 떨어지듯이,
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
사람을 몰락시킵니다. 그대는 이제

(In the same manner that fire may be seen to fall
Out of a cloud), if the orignal impetus
Is twisted towards the earth by false delight.

 이해가 안 될 때는 세 출판사의 번역을 비교해 보고 OXFORD의 영역본을 보면 대체로 그럭저럭

이해가 됐는데 이번에는 열린책들 번역에 달랑 주석이 한 개만 있고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보고는 번역의 뼈대에 저만의 의역을 붙이고 주석을 한 번
달아보았습니다.

<개인적인 번역>

구름에서 번개를 칠 때 볼 수 있듯이
잘못된 기쁨(쾌락)으로 본래(하늘)의 섭리가
왜곡되어서 지상으로 가기도 하지요.

 주석: 아마도 단테가 번개가 칠 때 일직선으로 내려오지 않고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이 글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충동’이라는 단어가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서 과감하게 ‘충동’이란 단어를
‘섭리’로 바꾸었습니다.

PS 2

 번역 비교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언젠가 더 보충해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