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현재 존 르 카레의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영화판이 미국 내에서 11월 개봉을 예정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도 개봉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감독이나 배우들의 면면을 볼 때 제법 소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영화가 잘 나온다면 자연히 원작에 대한 수요도 좀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그에 맞추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번역을 한 번 손보시면 어떠시겠느냐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다른 르 카레 작품에 비해 번역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되는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흔히들 말하듯 번역 때문에 독서를 그만두고 싶게 되는 지경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서술이 불친절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소설은 한국에서 곧잘 필요 이상으로 번역 시비를 마주하는 듯합니다. 독자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행간을 읽고 기억한 채로 나아가주지 않으면 금세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니까요) 그러나 "The truth is,"를 "사실을 털어놓고 말해서"로 옮긴 첫 문장에서부터 드러나듯, 충분히 보다 매끄러운 한국어 문장으로 가다듬을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은 것도 사실이고,그런 미비한 부분들이 독서의 흐름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애초에 열린책들에서 야심을 갖고 소개했던 르 카레 작품의 판매부수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그래서 전집 기획이 잠정 보류 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리고 그런 아픔이 있는 책을 무작정 다시 손봐주십사 하고 말씀드리는 것도 참 죄송스러운 일입니다만, 혹시 나중에 영화화 덕분에 판로가 좀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대대적인 교정을 검토해주시길, 열린책들 덕분에 르 카레의 팬이 된 독자로서 부탁드립니다.